익숙한 풍경 속에서 발견되는 낯선 긴장감과 평온함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전시가 서울 삼청동에서 막을 올렸다. 호리아트스페이스는 5월 12일부터 6월 13일까지 조현정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담장 너머의 숨’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칠 법한 장면들을 세밀하게 포착하여, 그 안에 숨겨진 존재의 감각과 고요한 정서를 캔버스 위에 구현해낸 결과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현정 작가는 계원예술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줄곧 주변 세계에 대한 깊은 관찰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화면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마당이나 담쟁이넝쿨이 무성하게 뒤덮인 벽면, 혹은 겨울 오후의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골목길 등 우리에게 친숙한 풍경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의 풍경 속에 묘한 긴장감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어 관객으로 하여금 풍경 너머의 본질을 상상하게 만든다.
색채의 파격적인 변주 또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다. 조현정의 캔버스 위에서 현실의 색은 기억과 감각의 여과기를 거쳐 새롭게 태어난다. 차가운 금속 창살은 따스한 레몬빛으로 빛나고, 평범한 풀밭은 신비로운 보랏빛으로 물든다. 이러한 색채의 중첩은 풍경에 입체적인 시간성을 부여하며, 관객들이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그 공간의 공기와 온도를 직접 체감하는 듯한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첫 개인전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조현정은 이번 전시를 통해 신진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빛과 공기, 그리고 찰나의 감각들이 지나간 자리를 묵묵히 기록한 그의 작품들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일상의 평범함이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초여름의 삼청동 거리에 깊은 예술적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