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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개인전 《기록, 우연과 의도 사이 A Trace, intended or by chance


2024. 5. 15(수) - 6. 22(토) (일/월/공휴일 휴관)


  • 근로자의 날(5월 1일), 어린이날(5월 5일), 어버이날(5월 8일), 적십자의 날(5월 8일), 스승의 날(5월 15일), 부처님 오신 날(음력 4월 8일), 5.18민주화운동기념일(5월 18일), 성년의 날(5월 20일), 부부의 날(5월 21일), 바다의 날(5월 31일) …. 흔히 ‘가정의 달’로 일컫는 5월엔 의미 있는 기념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부처님 오신 날’은 종교를 떠나 한민족 역사상 가장 성대하고 오랜 전통을 지닌 기념일입니다. 불교가 처음 한국에 전래한 고구려 소수림왕(小獸林王) 372년 이후, 고려시대 1392년까지 무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교(國敎)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현재에도 많은 사람이 종교 이전에 자기 수행의 철학으로까지 여기며 따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일상에 불교적인 생활 습관과 정신성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호리아트스페이스는 아이프미술경영과 함께 5월을 맞아 미술계에서 대표적인 불교 신자로 알려진 오원배(71) 작가의 드로잉 특별전을 마련했습니다. 오원배 작가는 그동안 ‘인간 실존’에 대한 테마를 장엄하고 독창적인 조형어법으로 발표해온, 한국 미술계에서 중요한 위치의 중진 작가입니다.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에 30년 넘게 재직하는 동안 방학이면 조용한 사찰에 머물며 수행과 드로잉 작업을 이어온 것은 대표적인 에피소드입니다.

    특히 강화도의 대표 사찰인 전등사에도 오원배 작가의 작품이 있습니다. 이곳은 381년(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진종사(眞宗寺)로 창건되어 1282년(고려 충렬왕 8년) 전등사(傳燈寺)로 사명이 바뀐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입니다. 전등사 무설전의 주불(主佛) 뒤에는 특이하게도 후불탱화 대신 후불벽화가 돔형 굴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마치 반달 형태로 석굴암 감실의 원형을 닮은 듯한 이 후불벽화가 오원배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전등사 무설전의 후불벽화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린 것입니다. 흔히 프레스코 기법은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같은 서양미술 거장들이 성당의 벽화를 그릴 때 사용한 기법으로 알려졌는데, 그보다 훨씬 오래전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사용된 바 있습니다. 오원배 작가 역시 이미 30대 전후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프레스코 기법을 천착해 꾸준히 회화 작업에 접목해왔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사찰 벽에 최초로 프레스코 기법을 적용한 후불벽화의 탄생은 오원배 작가의 불교에 대한 신념과 정진의 결과일 것입니다.

     

    이번 ‘오원배 드로잉 초대전 <기록, 우연과 의도 사이>’에는 50여 점의 드로잉 회화 작품을 선보입니다. “드로잉은 살아있는 생물이며 스스로 증식한다. 드로잉은 상상의 기록이다. 드로잉은 비현실을 현실화하는 일체의 과정을 기록하는 행위이다. 사유와 상상을 자극하는 일체의 행위와 기록이다. 드로잉은 사유와 상상이라는 살을 뼈에 바르는 행위이다.” 오원배 작가의 말처럼,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에도 그의 작가적 관점과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 작가는 평소에도 드로잉 작업에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크고 작은 수백 권의 드로잉북은 평생 창작자로서 삶의 기록이고, 진심의 반증입니다. 습관처럼 몸에 밴 ‘화가의 기록’을 통해 세상의 다양한 표정을 읽어내게 합니다.

     

    <기록, 우연과 의도 사이>라는 전시 제목에서도 짐작되듯, ‘오원배의 기록’인 드로잉 작품에는 우연성과 의도성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아주 평범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듯한 드로잉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열한 작가적 실험정신의 산물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화면의 바탕에 올려진 재료들은 본래 재질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없습니다. 나름의 방식으로 혼용해 자신만의 특별한 질감과 밀도감을 얻어낸 장인정신이 돋보입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을 대하듯, 매번 드로잉 작업 순간순간에 ‘의도된 즉흥성’을 가미해 이상적인 조형성과 여백미를 조율해냅니다.

    전시의 서문을 작성한 정영목 평론가는 “‘드로잉은 화가가 발견한 어떤 사건-그것을 보았거나, 아니면 기억과 상상을 통해서-의 자전적 기록이기도 하다’는 존 버거(John Berger)의 말에 덧붙여 오원배의 드로잉은 ‘촉각적인 자전적 기록’이라 부르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오원배 작가의 드로잉은 삶을 관통해낸 관조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는 해석으로 이해됩니다. 그의 촉각적 몸짓은 ‘사유와 상상을 자극해낸 기록’인 셈입니다. 외줄을 타듯, 우연과 의도의 경계를 미묘하게 오가는 오원배의 이번 드로잉 초대전에서 잠자던 새로운 감성을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또한 “오원배의 기법은 우리 현대미술사에 기록할 정도의 탁월한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한 정영목 교수의 안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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